
저는 어벤저스 엔드게임을 처음 봤을 때 눈물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11년간 함께해 온 히어로들의 마지막 여정이라는 사실이 실감 나면서도, 동시에 영화 곳곳에서 느껴지는 설정 구멍들 때문에 복잡한 감정이 교차했습니다. 3시간이라는 러닝타임 동안 제가 경험한 것은 단순한 슈퍼히어로 영화가 아니라, 완벽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한 인간들의 이야기였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는데, 결국 제 솔직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보려 합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11년 만에 완성된 팬서비스, 그 감동의 순간들
루소 형제가 만든 이 영화의 핵심은 철저한 팬서비스입니다. 저는 아이언맨 1편부터 쭉 봐온 관객으로서, 영화 속 수많은 오마주와 반전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특히 캡틴 아메리카가 "어벤저스 어셈블"이라고 외치는 장면에서는 극장 전체가 환호성을 질렀고, 저 역시 주먹을 불끈 쥐었습니다.
이 영화는 MCU(Marvel Cinematic Universe)라는 거대한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1막을 마무리하는 작품입니다(출처: 마블 스튜디오). 여기서 시네마틱 유니버스란 여러 영화가 하나의 세계관을 공유하며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스토리텔링 방식을 의미합니다. 마블은 이를 통해 각 캐릭터의 개별 서사를 쌓아 올리면서도, 어벤저스라는 팀업 영화로 이를 통합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토니 스타크가 과거로 돌아가 아버지 하워드 스타크와 만나는 장면은 제게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평생 아버지의 인정을 갈구했던 토니가 비로소 그 상처를 치유하는 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캡틴이 묠니르를 들어 올리는 장면은 팬들이 수년간 기다려온 떡밥의 회수였고, 저 역시 "드디어!"라고 소리쳤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제가 아쉬웠던 부분도 분명 있었습니다. 여성 히어로들이 한 프레임에 모두 모이는 장면은 의도는 이해하지만, 다소 과한 연출처럼 느껴졌습니다. 전투 중 자연스럽게 협력하는 모습이 아니라, 억지로 배치한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설정 붕괴가 아쉬운 평행우주와 핌 입자
엔드게임의 가장 큰 문제는 영화 스스로 세운 규칙을 스스로 어긴다는 점입니다. 저는 영화를 보면서 "이건 앞에서 한 말이랑 모순이잖아?"라고 중얼거린 적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특히 시간 여행과 관련된 설정에서 이런 문제가 두드러졌습니다.
영화는 평행우주론(Multiverse Theory)을 채택합니다. 여기서 평행우주론이란 우주가 하나가 아니라 무수히 많은 가능성의 우주들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이론입니다. 하지만 엔드게임은 여기에 독자적인 설정을 추가합니다. 에이션트 원과 헐크의 대화에서 드러나듯, 인피니티 스톤이 제자리로 돌아가지 않으면 새로운 대체 현실(Alternate Reality)이 생성된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과거를 바꾸면 원래 역사는 그대 로고 새로운 타임라인만 추가된다는 겁니다.
그런데 로키가 테서랙트를 들고 도망치는 장면에서 이 규칙이 무너집니다. 로키가 스톤을 가져간 우주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캡틴이 스톤을 되돌려 놓겠다고 했지만, 로키가 이미 가져간 시간대는 회수하지 못했습니다. 제 생각엔 이 부분은 단순히 토니와 캡틴의 드라마를 위해 더 과거로 가는 전개를 만들다 보니 생긴 설정 오류 같습니다.
더 큰 문제는 핌 입자(Pym Particle)입니다. 영화에서는 핌 입자 1 앰플로 슈트 하나만 작동하며, 1회 왕복만 가능하다고 강조합니다. 그래서 모든 히어로가 제한된 양으로 긴장감 있게 작전을 수행합니다. 그런데 타노스는 네뷸라가 가진 단 하나의 앰플로 어떻게 거대한 모선과 수많은 군대를 모두 시간 이동시켰을까요? 코믹스에서 타노스가 천재 과학자라는 설정이 있다고 해도, MCU에서는 그런 묘사가 거의 없었습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몰입이 완전히 깨졌습니다.
캐릭터의 성장과 퇴장, 그 의미
엔드게임은 빅 쓰리(Big Three)라 불리는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토르의 캐릭터 아크를 완성하는 영화입니다. 저는 특히 토니 스타크의 변화에 주목했습니다. 아이언맨 1편에서 무기상인이었던 그가, 엔드게임에서는 온 우주를 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합니다. "I am Iron Man"이라는 마지막 대사는, 그가 더 이상 자신만을 위해 사는 사람이 아니라 진정한 히어로가 되었음을 보여줍니다.
미국 박스오피스 통계에 따르면 엔드게임은 개봉 첫 주말 북미에서만 3억 5천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렸습니다(출처: Box Office Mojo). 이는 단순히 흥행 성공을 넘어, 11년간 쌓아온 캐릭터에 대한 관객의 애정이 얼마나 깊은지를 증명합니다.
캡틴 아메리카의 결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평생 의무와 희생으로 살아온 스티브 로저스가 마침내 자신의 행복을 선택합니다. 과거로 돌아가 페기 카터와 함께한 삶을 산 뒤, 늙은 모습으로 샘 윌슨에게 방패를 건네는 장면은 한 시대의 종결을 상징합니다. 저는 이 장면에서 또 한 번 울컥했습니다.
반면 토르는 좀 아쉬웠습니다. 인피니티 워에서 가족과 백성을 모두 잃은 트라우마를 개그로만 소비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늘어진 뱃살과 게임 중독 설정은 그의 내면을 표현하려 한 시도였지만, 제 눈엔 캐릭터를 너무 가볍게 다룬 것 같았습니다.
엔드게임은 완벽한 영화는 아닙니다. 설정 구멍도 있고, 캐릭터 비중 배분도 아쉽습니다. 하지만 11년간 함께해 온 팬들에게 최선을 다한 작별 인사였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두 번 봤는데, 두 번째에는 더 많은 디테일을 발견하고 더 깊이 감동받았습니다. 만약 아직 안 보셨다면, 이전 작품들을 꼭 보고 가시길 추천합니다. 그래야 "하일 하이드라" 같은 팬 서비스를 제대로 즐길 수 있으니까요. 아이언맨의 희생이 허무하지 않으려면, 우리가 그 의미를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LjliDFKe1gI
https://www.marvel.com
https://www.boxofficemoj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