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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이클 (자파르 잭슨, 반쪽짜리 서사, 아쉬운 점)

by kuyo 2026. 5. 29.

마이클

 

전기 영화가 주인공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해도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영화 마이클을 보고 나서 이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미국보다 19일 늦게 개봉한 이 영화를 드디어 직접 보고 왔는데, 기대했던 것과 실망했던 것이 교차하는 묘한 경험이었습니다.

<영화 마이클> 자파르 잭슨의 싱크로율, 직접 보니 달랐습니다

영화관에서 자파르 잭슨이 처음 등장하는 순간, 저도 모르게 앞으로 몸을 기울였습니다. 얼굴만이 아니라 마이클 잭슨 특유의 발성, 말을 맺는 억양, 손을 쥐었다 펴는 제스처까지 재현하고 있었습니다. 사전에 싱크로율이 높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솔직히 그냥 립서비스라고 생각했는데 직접 보고 나서는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자파르 잭슨은 마이클의 조카로, 처음부터 이 역할을 위해 선택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습니다. 혈연 기반의 캐스팅이라는 점에서 우려를 표하는 분들도 있었는데, 저는 실제 퍼포먼스를 보고 나서 그 우려가 완전히 불식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마이클 잭슨의 공연 장면에서 요구되는 안무 재현도는 단순한 닮음새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마이클리즘(Michaelism)이라고 불릴 만한, 즉 비트 한 박자 전에 동작이 시작되고 온몸이 하나의 악기처럼 움직이는 그 독특한 리듬감까지 체화하고 있었습니다.

빌리 진 무대, Beat It 뮤직비디오 촬영 장면,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의 Bad 공연까지 이어지는 퍼포먼스 시퀀스는 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만족한 부분이었습니다. 대형 스크린과 극장 사운드 시스템으로 경험하는 마이클 잭슨의 음악은 그 자체로 완결된 경험이었고, 그것만으로도 티켓값이 아깝지 않았습니다.

반쪽짜리 서사, 빠진 것들이 너무 많다

영화를 보면서 가장 아쉬웠던 건 마이클이 어떻게 그런 음악을 만들었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거의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제가 가장 기대했던 장면은 퀸시 존스와의 스튜디오 작업 과정이었는데, 분량이 생각보다 훨씬 적었습니다.

퀸시 존스는 마이클이 Off the Wall, Thriller, Bad를 제작할 때 함께한 프로듀서로, 단순한 음반 제작자가 아니라 마이클의 사운드 디자인을 완성한 협력자입니다. 여기서 프로듀서란 단순히 녹음을 감독하는 역할이 아니라 곡의 편곡, 악기 배치, 사운드의 전체 방향성을 설계하는 역할을 의미합니다. Beat It에 밴 헤일런의 기타 솔로를 넣은 것도, Thriller를 팝과 R&B와 호러 장르의 교차점에 놓은 것도 이 둘의 협업에서 나온 결정들인데, 영화는 그 과정을 거의 보여주지 않습니다.

또한 1993년 아동 성추행 의혹과 관련한 사건은 영화에서 완전히 삭제되었습니다. 원래 감독 안토니 후쿠아의 초기 버전에는 네버랜드 수색과 관련한 장면이 포함되어 있었으나, 조던 챈들러와의 합의 조항이 법적 제약으로 작용하여 3막 전체가 재편집되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 결과 영화는 Bad 투어 직전에서 끊기며, 마이클의 삶에서 가장 논쟁적인 시기를 완전히 건너뜁니다.

이에 대해 "재단이 개입한 전기 영화이니 당연한 것 아니냐"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면 이 영화가 결국 홍보물에 가깝다는 결론에 이른다고 봅니다. 전기 영화(Biographical Film, 바이오픽)란 실존 인물의 삶을 영화적 언어로 재해석하는 장르입니다. 그 전제는 인물의 빛과 그림자를 함께 보여주는 것인데, 이 영화는 의도적으로 그림자를 지웠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바이오픽 장르 흥행 분석에서도 관객은 주인공의 결함과 내면 갈등에서 감정 이입의 고리를 찾는다는 점이 반복적으로 지적됩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

조셉 잭슨과의 관계, 너무 많이 기대했나

영화의 서사 중심이 아버지 조셉 잭슨과의 갈등에 집중되어 있다는 건 보는 내내 느꼈습니다. 어린 마이클이 벨트로 맞는 장면, 새벽까지 연습을 강요당하는 장면은 영화 초반부터 반복됩니다. 콜먼 도밍고가 연기하는 조셉은 거의 악마처럼 묘사되는데, 저는 이 선택이 아쉬웠습니다.

조셉 잭슨이 폭력적인 아버지였다는 건 사실이지만, 그가 왜 그런 사람이 되었는지에 대한 맥락이 영화에서는 충분히 그려지지 않습니다. 인종차별이 노골적이던 시대에 흑인 빈곤 가정의 가장으로 살면서 자신의 음악 꿈을 접어야 했던 사람, 그 좌절이 아이들을 향한 강박으로 이어졌다는 층위가 있었다면 조셉이라는 인물이 훨씬 입체적으로 다가왔을 것입니다. 콜먼 도밍고의 연기 자체는 훌륭했지만, 영화가 그에게 허락한 틀이 너무 좁았습니다.

자넷 잭슨이 영화 출연을 거부하고 공개적으로 비판적 입장을 취했다는 사실도 이 지점에서 다시 읽힙니다. 재단의 조율 과정에서 마이클의 이미지에 불리한 요소들이 제거되었고, 그 과정이 가족 내 다른 구성원들의 이야기까지 지워버리는 결과로 이어졌다면, 영화는 마이클을 위한 영화이기 이전에 에스테이트를 위한 영화가 된 셈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도 적지 않을 것 같고, 저도 그 시각에 일정 부분 동의합니다.

영화 마이클은 솔직히 두 편의 영화가 하나로 붙어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마이클 잭슨의 공연을 보고 싶었던 분이라면 분명히 만족스러운 시간이 될 것이고, 그의 삶을 깊이 있게 다룬 드라마를 기대했다면 아쉬움이 남을 것입니다. 저는 둘 다 원했기 때문에 극장을 나오며 묘하게 씁쓸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Bad 무대에서 가슴이 뛰었던 건 부정할 수 없었고, 그 장면 하나만으로 후회는 없었습니다. 마이클 잭슨의 음악을 사랑한다면 음악 영화로 접근해서 한번 보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3z4SExO5SV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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