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94 히트맨2 (모방범죄, 킬링타임, 아쉬운점) 전작 히트맨을 그렇게 기대하고 보지 않았습니다. 2020년에 처음 접했을 때 "이게 뭐야" 싶었는데 끝나고 나니 의외로 입꼬리가 올라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히트맨 2는 어느 정도 기대를 품고 극장에 들어갔는데, 결과적으로 그 기대가 독이 됐는지 득이 됐는지 아직도 판단이 애매합니다.모방범죄 설정, 이 영화의 핵심 장치히트맨 2에서 가장 영리하게 쓰인 장치는 모방범죄 플롯입니다. 슬럼프에 빠진 준이 초심으로 돌아가기 위해 빌런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새로 구성하는데, 그 웹툰 속 범행 방식이 현실에서 그대로 재현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빅테크 기업을 노리는 위장 침입, 화재 경보를 이용한 대피 유도, 서버 데이터 탈취 후 증거 인멸을 위한 폭발물 설치까지, 준의 상상이 그대로 범죄 설계도가 되어버린 셈입.. 2026. 6. 11. 군함도 (선악구도, 스크린독과점, 흥행실패) 개봉 전까지 가 실패할 거라고 상상도 못 했습니다.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가 한 화면에 모인다는 것 자체가 사건이었고, 강제징용이라는 소재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도 외면할 수 없는 역사였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막상 극장에서 나오면서 제가 느낀 건 감동이 아니라 '이건 좀 아닌데'라는 불편함이었습니다. 그 불편함의 정체가 뭔지, 이 영화가 왜 그렇게 크게 어긋났는지를 지금부터 풀어보겠습니다. 선악구도의 실패, 나쁜 건 조선인?류승완 감독은 인터뷰에서 "조선인이라고 무조건 선하고, 일본인이라고 무조건 악한 건 아니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습니다. 이 의도 자체는 납득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일제강점기에는 같은 조선인을 착취하는 조선인 협력자, 이른바 친일 부역자들이 존재했고, 이를 영화에 담는 것 자체.. 2026. 6. 10. 헤어질 결심 (미장센, 미결, 열린결말) 네이버 영화 평점 8.98점. 이 숫자를 보고 기대 반 의심 반으로 극장을 찾았는데, 솔직히 첫 관람에서는 물음표가 훨씬 많았습니다. 그런데 두 번째 봤을 때 비로소 이 영화가 무엇을 하려 했는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 어떻게 봐야 제대로 즐길 수 있는지 제 경험을 바탕으로 풀어보겠습니다.박찬욱 감독의 미장센이 폭발하는 방식미장센(mise-en-scène)이란 프랑스어에서 온 영화 용어로, 프레임 안에 배치된 모든 시각적 요소, 즉 조명·배우의 위치·의상·소품까지 감독이 의도적으로 설계한 화면 구성 전체를 의미합니다. 박찬욱 감독은 이 미장센을 단순한 화면 장식이 아니라 대사 없이 감정을 전달하는 언어로 씁니다.제가 직접 두 번 보면서 느낀 건, 1부와 2부의 시선 구조가 .. 2026. 6. 10. 리틀 포레스트 (위로, 음식, 성장)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는 "이게 뭔가 일어나긴 하는 건가" 싶었습니다. 사건도 없고, 반전도 없고, 극적인 감정 폭발도 없으니까요. 그런데 보고 나서 한참 동안 이상하게 마음 한구석이 따뜻했습니다. 영화 한 편이 밥 한 끼처럼 위로가 된다는 게 뭔지, 《리틀 포레스트》를 통해 처음 실감했습니다.도망이 아니라 회복이었다 — 혜원의 귀향이 주는 위로저도 처음엔 혜원이 그냥 도망친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임용고시 낙방, 남자친구 합격, 서울 생활 정리. 겉으로만 보면 전형적인 패배자의 퇴각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영화를 따라가다 보면 그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됩니다.일반적으로 '고향으로 돌아온다'는 서사는 실패의 상징으로 소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무너지기 직전에 잠.. 2026. 6. 8. 지금 만나러 갑니다 (타임슬립, 원작 비교, 감성 분석) 판타지 멜로 영화가 결국 사랑 이야기라고 생각하셨나요? 저는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2018년 개봉한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죽은 아내가 돌아온다는 설정을 앞세우지만, 본질은 상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사람들이 이별을 배우는 이야기입니다. 비가 오는 날 틀었다가 한 시간 넘게 멈추지 못했습니다.타임슬립 구조가 단순한 판타지가 아닌 이유이 영화의 핵심 장치는 타임슬립(time slip)입니다. 타임슬립이란 특정 인물이 시간의 흐름을 벗어나 다른 시간대로 이동하는 서사 구조를 의미합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타임슬립은 단순한 판타지 설정이 아니라 이야기 전체의 감정 논리를 지탱하는 장치로 기능합니다.수아가 돌아오는 공간은 버려진 기차 터널입니다. 터널은 영상 언어에서 흔히 .. 2026. 6. 8. 싱글라이더 리뷰 (반전결말, 이병헌, 영화권장) 기러기 아빠로 살다 모든 걸 잃은 남자가 호주로 날아갑니다. 가족 얼굴 한번 보기 위해서입니다. 근데 정작 집 앞에서 벨을 누르지 못합니다. 이 장면 하나가 영화 전체를 설명합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고 꽤 오랫동안 멍했습니다. 중년 남자라면, 한 번쯤 자기 자신을 이 주인공 위에 겹쳐 보게 될 겁니다.반전결말 — 알고 보면 처음부터 보이던 것들이 영화의 핵심은 내러티브 구조(narrative structure)에 있습니다. 내러티브 구조란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과 순서를 의미하는데, 싱글라이더는 관객이 주인공의 감정 흐름을 따라가다 마지막에 전혀 다른 시선으로 처음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구조를 씁니다.결말을 말씀드리자면, 강재훈은 이미 스스로 생을 마감한 상태입니다. 호주에서 가족 곁을 맴돌며 보냈던 시.. 2026. 6. 7. 이전 1 2 3 4 5 ··· 16 다음